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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타] 학군단(ROTC) 후보생 생활 후기 본문

리뷰/기타

[리뷰/기타] 학군단(ROTC) 후보생 생활 후기

Park Siyoung 2024. 1. 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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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육군 학군사관 62기를 기준으로 작성됨
 
   대학 생활 중 2년을 학군사관 후보생으로 지내고 2024년 2월 육군 소위 임관을 앞두고 있다. 학군단을 선택하려는 대학생들, 그리고 후보생으로서의 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될까 싶어 2년간의 후보생 생활에 대한 후기 및 정보를 남겨본다.
 
   2020년,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고등학생 때부터 생각하고 있던 학군단에 입단 지원서를 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선발 일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최종선발에 합격하였고 육군 학군 62기에 사전선발되었다. 2학년 까지는 후보생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학군단과 아무런 관계 없이 여느 대학생처럼 학교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고, 포트폴리오나 토익같은 스펙을 쌓아나갔다.
 
   2학년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되기 전, 기초군사훈련 대비 집체교육에 가면서 학군단 후보생 생활이 시작되었다.
 

1. 훈련

   후보생 생활 중 훈련은 총 3번을 다녀오게 된다: 기초군사훈련(2학년 동계), 전투지휘자훈련(3학년 하계), 야전지휘자훈련(4학년 하계). 여기에 본인이 원할 경우 최대 두 번의 훈련에 추가로 참여할 수 있다: 기훈멘토(3학년 동계), 심화과정 or 공수훈련(4학년 동계).
 

1.1. 집체교육

   모든 훈련 전에는 각 학군단별로 집체교육을 한다. 집체교육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기 때문에 각 학군단마다, 정확히는 학군단장님의 결정에 따라 그 내용이나 깊이가 다르다. 훈련 성적을 중요시하는 단장님이라면 2~3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육을 받게 되며 훈련에 들어가서 배울 대부분의 이론 내용을 선행학습한다. 물론 체력단련까지 하는 학군단도 있다. 나의 경우 학군단장님들께서 훈련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셨던 덕분인지 2년 간의 모든 집체교육이 하루 정도의 교육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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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초군사훈련(기훈)

   기초군사훈련은 후보생이 되기 전 예비후보생의 신분으로 받게 되는 훈련이다. 제식, 예절 등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 기수 선배인 기훈멘토(전 기훈소대장)가 붙어서 생활을 지도한다. 기훈멘토들이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훈련을 받는 입장에서는 정말 짜증났는데 지나고 보면 꼭 필요한 존재다. 훈육장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생활을 지도해주고 모르는 것에 답해줄 수 있는 사람이 기훈멘토다.
   군복도 어색하고 훈련 일정도 힘들고 통제된 일과를 보내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지만 1주일만 지나도 적응된다. 휴대폰 사용과 흡연이 제한적이지만 가능하고 영내 마트 이용도 가능(단, 여단별 이용 요일이 정해져 있음)하므로 사회와 단절된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다.
   겨울에 하는 훈련인만큼 추위와 건조에 대비해야한다. 건물 밖으로 나갈 때 넥워머, 귀도리, 장갑을 필수로 착용해 동상에 걸리기 쉬운 신체 말단부위를 보온해야 한다. 핫팩을 사용할 때는 화상에 주의해야 한다. 붙이는 핫팩을 잘못 사용하다가 피부화상을 입은 동기를 몇몇 보았다. 피부가 건조할 경우 교장을 이동하면서 피부가 옷에 쓸려 틀 수 있다. 그러므로 바디로션을 가져가 발라주면 좋다. 특히 취침 시 난방을 너무 잘 틀어주는 바람에 생활관 내 공기가 건조해져서 목감기가 걸리는 일이 잦다. 빨래를 생활관 내에서 말리거나 소등 시 바닥에 물을 많이(2L 이상) 뿌려놓으면 그나마 낫다.
   기초군사훈련이 끝나면 새 학기가 시작할 때 즈음 입단식과 함께 단복을 받고 학군후보생이 되어 학군단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1.3. 전투지휘자훈련 (3학년 하계) / 야전지휘자훈련 (4학년 하계)

   전투지휘자훈련과 야전지휘자훈련은 여름방학에 받는 훈련이다. 기본전투기술을 바탕으로 유격, 독도법, 분소대전투 등 심화된 학습 및 훈련을 받는다. 생활적인 면에서는 기초군사훈련보다 자유가 좀 더 보장된다. 특이 사항으로는 하계 일과시간표가 적용되어 새벽 4시에 기상한다. 물론 취침 시간도 그만큼 당겨진다.
   훈련은 기초군사훈련에 비해 외워야 할 양과 몸이 움직여야 하는 양이 많다. 특히 임관종합평가에 해당하는 과목들에 대해서는 많은 후보생들이 평가 대비를 위해 연등을 한다. 심지어 불침번을 서면서 또는 소등 후 침대에서 손전등을 켜고 암기하기도 한다. 점수를 잘 받아놓으면 공수교육 등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군장학생 선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병과 선택에 있어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과목은 4학년 분대공방이다. 공격과 방어 각 3개씩 총 6개의 시나리오가 주어진다. 분대 내에서 역할(분대장, 부분대장, 유탄수, 소총수 등)을 랜덤으로 뽑아 해당 시나리오에 투입이 된다. 이때, 분대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교관님이 던져주는 상황을 듣고 그게 맞는 상급부대로의 보고와 분대지휘를 해야 한다. 분대장이 지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해당 분대는 재평가를 보거나 점수를 최하점으로 받게 된다. 많은 분대들이 이 과목 평가 이후 내부 분열이 일어났었다... 다들 밤을 세워 가며 생활관에서 빗자루까지 들고 예행연습을 했는데 누구 한 명 때문에 최하점을 받으면 그럴 만도 하다.
   하계 훈련은 햇빛을 많이 받으므로 쿨토시와 썬크림을 넉넉히 챙겨가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에 체력을 미리 길러놓아야 교장이동 및 교육을 잘 따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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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기타 자잘한 것들

   훈련에 들어가면 매주 각 대대별로 자치근무자를 선발한다. 대대장, 인사과장, 정보과장, 작전과장, 군수과장, 중대장 2명, 각 중대별 소대장 2명, 각 소대별 분대장 5명씩 총 21명을 매주 선발한다. 물론 이들은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훈련 외에 본인의 직책에 해당하는 일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바쁜 한 주를 보내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훈련 중 자치근무자를 꼭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교내에서도 학기 중 자치근무자를 선발하지만 훈련 때 만큼 많은 인원을 지휘하는 경험을 해보기가 쉽지 않다.
   나도 3학년 하계훈련까지는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성격 탓에 자치근무자를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학군단 생활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은 이런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해 마지막 훈련에서 자치근무자 선발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4주 간의 야전지휘자훈련 중 3주 동안 1중대장, 1소대장 그리고 1분대장 직책을 수행하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극복했다.


   훈련비는 (사관후보생 월급) x (훈련일수) / (30 or 31일) 대충 이렇게 계산되었던 것 같다. 사관후보생 월급은 구글에 '학생군사교육단 3학년/4학년 사관후보생'으로 검색하면 나온다. 2023년 기준으로 4학년 사관후보생의 월급은 1,100,000원이며 실제로 4학년 하계훈련 훈련비로는 922,580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팁이 있다면 훈련 첫 날에는 짐을 정리하며 쉬게 된다. 이때, 모든 장구류의 끈 조절 및 방탄 헬멧의 끈을 세탁하는 것이 좋다. 어느 날 갑자기 장구류를 착용 후 집합하라는 명령이 하달되면 촉박한 시간 속에서 끈 조절을 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시간이 있을 때 미리 본인의 몸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방탄 헬멧의 끈은 이전 사람이 사용 후 세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그대로 착용하게 되면 피부 트러블의 주범이 될 뿐만 아니라 특히 하계 훈련에서는 냄새가 날 수 있다. 끈을 분리해 비누와 세제를 사용해 구정물이 나오지 않을 때 까지 여러 번 빨아 주면 위생적이고 향긋한 향이 나는 방탄 헬멧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 훈련 중 연애에 관해 궁금한 예비후보생들이 많던데 규정 상 훈련 중 이성교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훈련 마다 커플이 탄생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하지만 오래 가는 커플은 한 두 커플을 제외하고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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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교 생활

   학교 생활은 학군단장님 및 훈육관님의 성향에 따라 학군단별로, 기수별로 많이 차이가 난다. 두발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학교가 있을 수 있고, 체력단련을 하루 두 번씩 하는 학교가 있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 2년간 두 분의 학군단장님 및 두 분의 훈육관님과 함께하였는데 네 분 모두 생활을 크게 규제하지 않으셨다.
   두발 단속은 학기당 한 번 정도로 그 기준도 크게 까다롭지 않았으며, 체력 3급 이상인 경우 아침 체력단련이 면제되었다. 또한 홍보기간과 학군단 수업을 제외하고는 단복 착용의 의무도 없었고 학교 행사에 동원되는 일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동기들의 말을 들어 보면 규제가 많은 학군단도 몇몇 있었다. 심지어 탈단까지 한 동기가 있을 정도.
   따라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장점과 단점을 말하기가 참 까다롭다. 그렇지만 최대한 장단점을 구분해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장점
   1. 규칙적인 생활 및 체력향상이 가능하다
      - 아침 체력단련 및 정기체력검정 준비로 규칙적인 생활과 기초체력 향상을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2.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 학군단마다의 분위기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방학마다 다 같이 여행을 가는 학군단 동기도 있었다.
 
단점
   1. 학교 행사 및 학군단 행사에 반강제적으로 동원될 수 있다
      - 입학식에 동원되어 예도를 하는 등 행사에 동원되는 경우가 있다. 시급을 챙겨준다면 그나마 괜찮은 학교다.
   2. 염색, 장발 등 자유로운 헤어스타일이 불가능하다
   3. 학군단 군사학 과목이 학점에 비해 시간이 너무 길다
      - 학군단 수업은 3학점이지만 매주 6시간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필수 과목인데다 시간표를 많이 차지하므로 들어야 하는 과목을 못 듣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복수전공 또는 부전공 이수 시 제한이 상당하다.
 
   사실 장점에 비해 단점이 많지만 학군단 생활 또한 장교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니 규제와 의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3사와 육사의 생활과 비교해보면 전공 공부 시간과 개인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으며 장교 후보생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단기 복무를 희망하는 인원들에게는 장교 양성과정 중 가장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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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혜택

3.1. 매월 교보재비 지급

   매월 10일에 교보재비로 68,120원을 지급해준다. 다른 사관후보생(생도)들과 비교해보면 쥐꼬리이긴 하지만 머리 깎을 때도 쓰고 밥 먹을 때도 쓰면서 생활비로 알차게 사용했다.
 

 

3.2. 단기복무장려금 지급

   단기복무장려금으로 3학년 중에 3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받았었다. 지금은 초급간부 지원률 향상을 목적으로 단기복무장려금을 1000~1200만원까지 올렸다고 한다.
 

3.3. 매월 역량강화비 지급

   이거는 좀 쏠쏠하게 사용했다. 헤이웰이라는 웹페이지를 통해서 매월 8만원의 포인트를 지급해준다. 도서, 운동용품, 자격증 응시 등 정해진 카테고리 내에서 결제하여 사용한 금액의 최대 80%까지 이 포인트를 통해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쿠팡에서 10만원어치의 책을 구매한 후 영수증과 배송받은 책 실물 사진을 업로드 하면 검수 후 계좌에 8만원을 입금해준다.
   전공 교재과 토익 시험 등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 2024년부터 이 역량강화비가 학균생활지원금으로 바뀌어 월 18만원씩 10개월, 내역 검수 없이 선지급된다고 한다. 매월 용돈 18만원씩 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3.4. 군 마트 이용 가능 (가족 포함)

   '국군복지포털'이라는 어플을 설치한 후 해당 어플에 가족을 등록해놓으면 본인 및 가족이 영외 군 마트를 이용할 수 있다. (군 마트 목록) 세금이 안 붙기 때문에 일반 마트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우리 부모님은 한 번씩 차 끌고 가셔서 대량으로 이것저것 구매해오신다.

3.5. 해외전사적지 탐방

   보통 4학년 학기 중 해외전사적지탐방을 간다. 학군단별로 공짜로 해외여행을 보내준다고 보면 된다. 물론 개인 용돈은 알아서 챙겨가야 한다. 우리 학군단에서는 베트남 다낭을 다녀왔었는데 개인 용돈은 인당 20만원 정도 가져가서 3박 5일간 잘 놀다 왔다.

3.6. 이외 혜택들

   이외에도 영화관이나 놀이공원 할인, 미국 A&M 연수 등의 혜택이 있다고는 하지만 잘 쓰지도 않을 뿐더러 A&M 연수는 한 학교에 한 명 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소수만 뽑아서 간다. 그러므로 학군단을 함으로써 얻는 혜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4. 총평

   임관 후의 생활에 대해서는 제외하고 평을 해본다면 학군단 생활은 꽤 괜찮았다.
   방학 동안 훈련을 가야 했지만 방학 내내 가는 것도 아니고 세 번만 가면 되기 때문에 남은 방학은 다른 친구들처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우-러 전쟁이 한창인 23년 1~2월에 홀로 러시아 배낭여행도 다녀왔었다.
   아침 체단이나 군사학 수업 등 교내 생활에 관한 제한 사항들은 장교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므로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발 규정 같은 경우 긴 머리를 선호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만 나는 짧은 머리가 오히려 더 시원하고 괜찮아서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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